
찐빵처럼 생겼어도 당신 최고… 미모는 3개월, 성격은 60년
무식한 엄마, 애 대학 못보내? 대학 나와도 맹탕 위인 많아
토닥거리며 꽃피는 부부愛… 그대가 나의 영원한 꽃
"임자 같은 여인과 사니 난 참 다복(多福)한 사내여."
"뭔 꿍꿍인지는 몰러두 기분은 블링블링허네유."
"김 서방 마누라 말여. 얼굴은 반반허니 애교는 낭창하게 떨면서도 툭하면 아퍼 드러눕는 통에 약값이 보통 들어가는 게 아니랴. 그러니 나는 얼마나 복이 많은겨? 얼굴은 찌다 만 찐빵처럼 생겼어도 힘 하나는 장사여서 새벽부터 밤꺼정 일을 해도 지칠 줄 모르는 여인네와 사니 홍복 중에 홍복 아닌가 말여. 안 그려어?"
"……."
"왜, 화난겨? 못났다고 해서 시방 삐진겨?"
"아니유. 곰보빵 주제에 화는 무슨. 튼튼헌 게 최고지유. 미모는 3개월, 성격은 60년이라잖어유. 허구한 날 구들장 신세 지면서 누워 있으면 제아무리 황진이래두 방바닥이 싫어라 해유. 아퍼 골골거리는 것보담 힘이 넘쳐서 애들 입에 밥 한술 더 넘어가게 하는 게 남는 장사지유. 달랑 두 쪽밖에 없는 애비보다 만 배는 훌륭한 나라의 일꾼 만드는 게 애국자지유. 안 그려유?"
"표현의 자유도 몰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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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팔자가 늘어졌지. 빨래는 세탁기가 해줘, 밥은 전기밥솥이 해줘. 점심 때 불란서 식당 차지하고 앉은 손님이 죄다 여자들이랴. 음식 쓰레기는 왜 저리 많아. 내다 버리는 쓰레기만큼 돈을 모았으면 벌써 부자 됐을겨."
"시방 나 들으란 소리유?"
"젊은 여자들 말여. 얌전히 살림이나 할 것이지. 뭔 경제를 살리겄다고, 자식놈 출세시키겄鳴� 하늘 같은 서방님은 내팽개치고 밖으로 나도느냐 말여."
"임자 가르마나 잘 타시구랴. 방구들만 지고 있느니 한 푼이라도 벌어오는 게 낫지유. 글고 콤퓨타다 핸드폰이다 생겨서 몸이 편해진 게 아니라 그만큼 처리해야 할 일이 열 배는 많아졌다고 큰아들놈 시부렁거립디다. 빨래할 시간 30분 줄어든 만큼 애들 쫓아댕겨야 할 시간이 30시간 늘어났다고 며늘님 투덜댑디다. 날더러 지금 엄마 노릇 하라면 혀를 깨물고 말겄슈."
"하긴. 요즘은 엄마가 무식해가지고는 애들 대학도 못 보낸디야."
"……."
"왜, 화난겨?"
"아니유. 일자무식 주제에 화는 무슨. 고등핵교 나왔어도 달걀 후라이 하나 못 부쳐먹는 위인이 있을라구유. 일류 대학 나왔어도 국민핵교 댕기다 만 나보다 경우 없는 식자들이 어디 한둘이유? 도대체 찍어주고 싶은 인사가
"내 인생이 어쩌다 이리 시시해졌누. 우리 엄니 마흔에 날 낳아서 중학교 갈 때꺼정 무릎 위에 앉혀놓고 밥을 먹이셨는디. 겨울이면 발가락 곱는 머슴이 매일매일 지게에 태워 날 학교에 데려다 줬는디. 늦어서 뛰기라도 하면 지게 위에서 멀미하고 그랬는디."
"그래서 당신이 요 모양 된 거유."
"시대를 잘못 만나 그렇지. 내 손재주가 얼마나 좋았는디. 동네 테레비란 테레비는 다 고쳐주고 다녔는디. 미국서 태어났으믄 내가 스티브 잡수 뺨치는 사내가 되었을 건디."
"그럼 나는 잡수 부인 되는 거유?"
"잡수라면 임자 같은 여자랑 결혼하겄어?"
"잡수도 내 스타일 아녀유. 잡수, 철수, 꼼수 다 허당이고, 그저 일편단심 한 여인네만 바라보는 해품닭 주상전하가 최고지유."
"갸들도 임자 같은 촌닭은 싫디야."
"……."
"왜, 화난겨?"
"아니유. 촌닭 주제에 화는 무슨. 그깟 농에 성심을 다치면 내가 천추태후 38대손이 아니지유."
"이바구로 임자를 어떻게 당할 건가. 심심헌디 재난 얘기 하나 해줄까?"
"재미없으면 오늘 저녁밥 없슈." 마누라 사진을 들여다본디야. 그럼 그 일이 모두 괜찮아진디야."
"조강지처만큼 힘이 되는 존재가 없지유."
"그게 아녀. '이 여자가 내 마누라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뭐가 있겄나' 싶은 게 어떤 고난도 이겨내게 된디야."
"……."
"왜, 화난겨?"
"아니유. 조강지처 주제에 화는 무슨. 봄네랑 죽기 전에 연애 한번 할 수 있을랑가, 서글퍼서 그려유, 서글퍼서."
"근디 어쩌나. 나는 임자가 곁에 있어 좋은디. 토닥토닥 싸울 수 있어 재미지고 행복해 죽겄는디…."